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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쓴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흐흐흐흐….


7/7 (토) - 일본여행 그 셋째날 : 시라카와고

이날 여행한 곳은 시라카와고(白川郷)라는 마을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된 곳입니다.[3]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오면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유의 건축양식인 갓쇼즈쿠리(合掌造り) 형식을 발전시켜왔습니다. 높고 경사가 급한 지붕에 짚을 아주 두껍게 이는 이 방식은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는 이 지역에서 건물이 눈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요.

이날 아침은 원래 노히버스(濃飛バス)[1]를 타고 시라카와고까지 이동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침 같은 시기에 렌트카로 일본을 여행하고 있는 다른 일행이 있었기에, 전날 카츠동을 대접하고 대신 차를 타고 같이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X랄같았던 상당히 변덕스러웠던 어제 날씨와는 다르게, 오늘은 비록 구름은 많아도 비도 안 내리고 제법 시원했습니다. 중간중간 보이던 마을의 풍경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대신 울창한 숲의 병풍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을 보고 정말로 우리가 시라카와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차창 밖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라카와고에 도착했습니다.

시라카와고는 이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의외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서양인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한국인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더군요.

데아이바시(であい橋)

시라카와고에서 처음 맞닥뜨린 곳은 데아이바시(であい橋)라고 부르는 다리로, 직역하면 만남다리라는 곳이었습니다. 제법 큰 시내 위로 긴 다리가 달려있는데, 양 쪽에 다리가 걸려있고 중간에 받치는 구조가 없어서 걸을 때마다 살짝살짝 흔들리는 맛이 있었습니다.

시라카와고 버스정류장

반대편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었는데, 시라카와고를 경유하는 노선버스뿐만 아니라 관광버스, 일반차량, 심지어는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십수 대의 오토바이까지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다리를 건너와서, 이번에는 마을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형태의 집들이 바로 이 마을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게 해 준, 갓쇼즈쿠리(合掌造り)라고 부르는 가옥 형태이다.

전망대 가는 도중에 한 방 찰칵!

전망대 입구.

드디어 전망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낡아버린 간판이 뭔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길이 제법 거칠어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시라카와고 마을 전경 1

드디어 전망대에 올라왔습니다. (별로 높지도 않지만, 운동부족으로) 힘든 만큼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시라카와고 마을 전경 2. 차로 올라올 수 있고, 기념품점도 있는 데다가 경치도 더 좋다. 키에에엑!

그리고 바로 옆에, 차로 올라올 수 있는 전망대가 또 있어서 절망했습니다. 으허허허헣!

냉라면(冷やしラーメン)

전망대에서 내려와서는 적당히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냉라면(冷やしラーメン)을 시켜 먹었습니다. 이 마을은 딱히 맛집으로써 먹을 만한 곳이 없다고 들었는데, 역시 이 집도 맛은 그냥마냥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그냥 정처없이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배수로에 있는 저 물고기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잉어다.

크, 크고 아름답습니다!

데아이바시 위에서의 파노라마 뷰 

오른편에 보이는 저 다리를 주목하자. 이날 아무리 애를 써도 저 다리에 접근할 수 없었는데, 그 비밀은 다음날 아침에 밝혀졌다.

실컷 돌아다니고 나서 료칸에 돌아왔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료칸은 아니고 민박(일어로는 민슈쿠(民宿)이라고 한다)의 개념인데, 료칸이 상당히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데 반해 민박은 조금 더 가정적인 분위기인 점이 다르지요. 아, 물론 가격도 상당히 차이납니다.

저희가 묵기로 한 곳은 요시로(与四郎)라는 민박집이었습니다. 데아이바시 바로 근처에 있는 이곳은 한 노부부가 꾸려나가는 곳이었습니다. 여행 일주일 쯤 전에 미리 전화로 예약해두었던 곳이지요.

입구에서부터 세월로 닦인 낡은 마루와 나무벽에서 베어나오는 시골내음이 마음을 차분하고 푸근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방 안에 들어와서 문을 열어젖히니 툇마루에서부터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왔습니다. 도심의 에어컨과는 견주는 것조차 송구스러울 정도로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바람이었지요. 한창 장마철인 이 시기에 방 안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돌아다니느라 쌓인 피로도 풀 겸 해서 바닥에 그냥 누워 뒹굴거리기도 하고 졸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있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거실로 이동하니, 만화에서나 보아온 바로 그 일본식 화롯불이 있었습니다. 플래시를 끄고 찍으니까 자꾸 흔들려서, 그냥 플래시 터뜨리고 찍었습니다.

플래시 끄고 찰칵

이것이 바로 야생 화로! 이 야생의 화로를 구경한다! 워낙 산중이다 보니 한여름밤인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불을 피워둬야 따뜻했습니다.

오오미, 이것은 대단한 밥상이다!

그리고 저녁 식사가 나왔습니다. 우왓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말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가 나왔습니다. 특히 왼쪽의 냄비는 아래 간이화로 안의 고체연료에 불을 붙여서 즉석에서 익히는 방식인데, 무려 히다규(飛騨牛)라는 이 지방의 소고기로 만든 냄비 요리였습니다.

히다규가 들어간 냄비요리.

이날의 식탁은 제가 지금까지 일본에서 먹어 본 요리 중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보니, 심지어 옆 방을 터서 잠잘 곳도 따로 마련해주었습니다. 아무리 이날 투숙객이 저희밖에 없었다고는 해도, 이러한 주인 할머니의 마음씀씀이에는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게다가 밤 중에 잠시 소화도 시킬 겸 밤 산책을 하려고 할 때에는 반딧불이가 나오는 곳부터 시작해서 회중전등까지 이러저러하게 신경써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이곳에서 묵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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