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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얘기

일본여행, 그 둘째날

sos440 2011. 6. 12. 22:26

오늘은 11시 반 쯤에 어슬렁 어슬렁 호텔에서 기어나왔습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도톤보리 메인 길목 말고 구석의 조용한 길목을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돈카츠집이 보이길래 저도 덩달아 같이 줄을 섰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서 가게에 들어간 저는 우선 내부를 살펴보았습니다. 내부는 테이블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구조만 놓고 비유하자면 바에서 바텐더와 손님이 마주앉아보는 바로 그 방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좁고 길다란 가게의 중간을 하나의 긴 테이블이 가로지르며, 그 테이블을 기준으로 한쪽은 조리를 하는 곳이고, 다른 한 쪽은 테이블로 되어 있어 고정식 의자가 가지런히 붙어있습니다. 그 뒤로 약간의 여유 공간이 남아 그곳을 통로처럼 해서 오가는 구조이지요. 이런 구조는 일본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음으로 일하는 분들을 살펴보았는데, 다들 나이가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것이 이 가게가 거쳐온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재즈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나오고, 조리 구역의 한쪽 벽에는 옛날 풍취를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이 아기자기 장식되어있어서 약간 복고적인 느낌을 받았지요.


저는 다른 손님들처럼 벽에 가방을 걸고 앉아서 카레카츠(カレカツ)를 시켰습니다. 곧 주문한 카레카츠가 나왔는데 가게 조명이 어두워서 전체적으로 노랗게 찍혔네요. (보정하면 되긴 하지만, 굳이 안 했습니다.)



보기보다 양이 많아서, 하마터면 다 못 먹을 뻔했습니다. 그렇지만 돈카츠는 바삭하고, 카레는 진하고 살짝 짭짤한 것이 아주 제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줄서있는지 알겠더군요. 가격도 착해서, 600엔이었습니다. (사실 많은 곳에서는 600엔으로 배부르고 맛있게 먹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밥을 먹고 들른 곳은 바로 덴덴타운입니다. 그곳에서 머무는 3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진 않겠습니다만, 아래의 전리품들을 보면 대충 짐작은 가실 겁니다.



특히 우측 상단의 토오루 그림이 그려진 A채널 물건은 블루레이입니다. 혼자서 요 이틀간의 전체 지름의 1/5를 차지한 무시무시한 물건입니다. 근데 화질은 정말 갑입니다. -_-b 아, 노트북 주문할 때 블루레이 ODD 달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그 후에 남은 돈을 보고 좌절했지만 말이지요. (이제 난 교토에서 뭘 먹고 살지……?)


잠시 호텔로 돌아와 쉰 다음, 6시쯤 다시 도톤보리로 기어나왔습니다. 도톤보리의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오사카 가이드북이라면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간다는 「미즈카케부동존(水かけ不動尊)」을 발견했습니다. 물을 뿌리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성취된다고 전해지는 유서깊은 부동존과 그를 모시는 작은 신사가 있는데. 실제로 제가 갔을 때에도 원숙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익숙한 동작으로 물을 뿌리며 소원을 빌고 세전함에 돈을 넣으시더군요. 너무 엄숙해보여서 딱히 사진을 찍을 생각은 못 했습니다.


어쨋거나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이 근처에는 관광객들이 잘 들어오지는 않지만 현지인들은 자주 찾는 맛집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한 곳을 골라 들어갔지요. 그곳은 타코하치(たこ八)라는 이름의 가게로, 이름에 걸맞게 타코야키냐 야키소바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이미 자리가 꽉 찬 상태여서, 입구에서 줄을 서야 했습니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점원의 안내로 카운터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자리에서는 아래 사진처럼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찍히신 분은 한 30~40대 정도 되어보이는 아주머니셨는데, 정말 능숙하게 요리를 하시더군요. 저는 돼지고기야키소바(豚焼そば)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던 생맥주를 시켜 먹게 되었지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친구 선물로 줄 CD를 사러 잠깐 덴덴타운에 들렀습니다. 뭐 별 일은 아니라, 물건 사진만 올립니다.



충격적인 건 저 앨범이 3천엔이 넘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거 두 장이면 애니 블루레이판 하나를 살 수 있는데! 앍 orz

돌아와서 잠시 재정비를 한 후, 이번에는 도톤보리의 돈키호테를 들렀습니다. 이곳은 정말로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팔고 있는 일종의 종합상가같은 곳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4층 구석의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어른들의 물건도 팔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미 그런 코너가 있다는 걸 알고, 절반은 그곳을 구경할 목적으로 간 거지만 말이죠. 참고로 나머지 절반은 청바지랑 염색약을 찾아보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어쨋든 음…, 태어나서 처음 구경해봤는데, 뭐 생각만큼 임팩트가 크진 않네요. 하지만 나이든 아저씨랑 그보다는 젊어보이는 여성이 함께 수다를 떨며 자위기구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모습은 제 상상을 뛰어넘은 광경이라 좀 놀라긴 했습니다. 아주머니들도 깔깔거리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었고요. 그리고… 솔직히 빨간 DVD들이 좀 끌렸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아, 슬쩍 살 걸 그랬나? -_-;;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1. 전체 여행예산의 52.8% = 31,676엔이 덕질로 증발했습니다. 이제 굶는 일만 남았네요.
  2. 지른 것들을 어떻게 들고 다닐지도 답이 안 나옵니다. 으헝헝헝…. 공항 출발할 때 이미 14kg 찍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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