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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금) - 일본여행 그 둘째날 : 카나자와

이날은 아침 일찍 카나자와(金沢)로 이동하기 위해 5시 즈음에 기상했습니다. 아침은 어제 저녁 편의점에서 사둔 도시락으로 때웠습니다. 일본은 역시 홋카이도가 있어서 그런지 우유 제품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우유 팩은 코이와이 커피우유(小岩井コーヒー)인데, 500ml라서 아주 든든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커피우유를 좋아하는 제가 일본에 여행가면 자주 마시는 녀석인지라 한 번 찍어보았습니다.

스키야키동과 커피우유. 이래뵈도 꽤 비싸다.

어쨋든 허둥지둥 준비를 마치고 6시 즈음에 호텔을 나섰습니다. 사진에는 안 찍혀 있지만, 이 호텔은 24시간 프론트가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른 아침에는 대신 머메이드 모양 카드키 회수기를 프론트에 갖다놓습니다. 머메이드 입에 카드키를 쑤욱 집어넣고 호텔을 나선 후, 캐리어를 달달달 끌면서 신사이바시(心斎橋)역에서 우메다(梅田)역까지 이동한 후, 다시 걸어서 JR오사카역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이날 우리가 타야 하는 차량은 선더버드(サンダーバード)였습니다. 여행 전에 미리 일본의 대표적인 교통검색 사이트인 Jorudan에서 시간표를 검색해두고, 전날 공항에서 출발하기 전에 JR매표소에서 표를 질러놓았습니다. 선더버드는 신칸센은 아니지만 거의 그에 준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순수하게 오사카역에서 카나자와역까지의 운임비에 해당하는 표가 따로 있고, 또 좌석에 대한 표가 따로 있습니다. 저희같은 경우는 자유석을 질렀지요. 표 두 장을 개찰구에 동시에 넣고 통과해야 하는데, 전에 한 번 해 본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헷갈렸습니다.

표를 넣고 개찰구를 통과하여 선더버드가 있는 11번 플랫폼으로 이동 중에, 살짝 뒤돌아서 역 내부를 촬영해보았습니다.

JR오사카 역 내부

너무 일찍 온 덕에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참고로 탑승 위치는 저렇게 천장에 달린 전광판으로 알 수 있는데, 열차마다 위치가 조금 다른지 어떤 것은 불이 안 들어와 있고 어떤 것은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처음에는 바닥을 기준으로 섰다가 낭패보고 얼른 다른 줄에 섰지요.

탑승 직전

그렇게 3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카나자와 역이었습니다. 저 기괴하게 생긴 대문이 유명하다고 해서 찍어봤는데, 잘 모르겠군요.

카나자와역 입구

관광안내소에서 하루종일 슈유버스(周遊バス)를 탈 수 있는 승차권을 500엔에 구매했습니다. 한 번 버스를 타는데 최소 200엔이니, 3번만 타도 이득이지요. 해당 날짜 부분을 복권 긁듯이 긁어놓았는데, 험하게 다루다가 다른 데도 벗겨지면 낭패겠다 싶어서 꽤나 조심스럽게 다루었습니다.

죠카마치 카나자와 슈유 일일 자유승차권

저희의 카나자와 관광 루트는 대략 아래 지도와 같았습니다. 녹색으로 표시된 길이 슈유버스가 도는 길인데, 이 버스는 시계방향으로밖에 운행하지 않는 반면 숙소는 우리가 들러야 할 정류장 중에서 가장 나중이었기 때문에, 우선 호텔에 먼저 들러 짐을 놓고 다시 카나자와 역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녹색 마커는 관광지, 붉은색 마커는 맛집.

슈유버스를 타고 카타마치(片町)에 내려 조금 걸으니 오늘 묵을 호텔인 호텔 에코노 카나자와 에스퍼(ホテルエコノ金沢アスパー)가 보였습니다.

카타마치(片町)에 위치한 숙소 호텔 에유노 카나자와 에스퍼(ホテルエコノ金沢エスパー) 

체크인 시간이 안 되었기에 일단 프론트에 짐을 맏기고, 마침 같은 시기에 일본여행중인 다른 일행과 잠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근처에 카츠동을 아주 잘 한다는 맛집이 있어서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약간 길을 헤메다가 드디어 찾아간 곳은 분뿌쿠(ぶんぷく)라는 맛집이었습니다.

가게 입구 

가게 안은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카운터 바로 너머로 요리하는 모습을 전부 볼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주방장 할아버지께서 눈 앞에서 직접 돈까스를 튀기고, 아래 보이는 특이한 국자 모양의 냄비(?)에서 소스도 만들고, 막 튀겨진 뜨거운 돈까스를 손으로 잡고 칼로 써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주방의 모습

아래는 메뉴입니다. 저희가 먹은 메뉴는 맨 위의 로스카츠동(ロースかつ丼)인데, 아주 맛있었습니다.

메뉴

오오, 드디어 나왔군요. 다시 한 번 먹고 싶어지네요..

드디어 나왔다, 로스카츠동!

다른 일행들과 다시 헤어져, 슈유버스를 타고 카나자와 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아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역의 가장 앞쪽에 물시계가 있더군요. 물로 작동하는 시계가 아니라, 시간이 물로 표시되는 시계였습니다. 도트 하나하나가 작은 물기둥입니다. 시간에 따라서 표시되는 내용도 바뀝니다.

카나자와역 입구의 물시계. 12시 30분에 찍었습니다.

비가 계속 내렸기에, 곧바로 물시계를 뒤로 하고 다시 슈유버스에 몸을 맏겼습니다. 그리고 내린 곳은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 직역하면 동쪽 찻집거리인데, 이곳은 전통 찻집들이 모여있는 거리로 옛날의 거리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날씨가 맑은 주말이라면 사람들이 북적였을 이곳은, 비가 오는 평일 낮이라 그런지 많이 한산해보였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이 거리를 더욱 고즈넉하게 느끼게 해 주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히가시차야가이

히가시차야의 거리 바닥은 보이는 것처럼 다듬어진 돌로 포장이 되어 있어 길을 알아보기 쉬웠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포장된 길을 따라 좀 더 구석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히가시차야가이 골목길

돌아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거리가 짧아서, 그냥 주변 신사를 탐방해보기로 했습니다.

주변 지도

지도를 보시면 알 수 있지만, 이쪽 근처에는 정말 많은 수의 절과 신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골목길을 따라 여러 신사를 둘러보았습니다.

나무로 우거진 신사 입구. 잃어버린 문명을 찾아낸 기분이 드는 입구였습니다.

이나리(稲荷), 즉 여우를 모시는 작은 사당.

골목길

골목길 파노라마 뷰

히가시차야가이를 나와 향한 곳은 겐로쿠엔(兼六園)이었습니다. 겐로쿠엔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3대 정원 중 하나로, 규모나 아름다움 면에서 순위를 다투는 곳입니다.

겐로쿠엔 입구

어느새 빗발이 약해져서, 다시 거세기지 전에 둘러보고 나오기 위해 표를 얼른 끊고 입장했습니다.

입구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

입장하고 나서부터는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빛이 가득했습니다. 아름드리 나무와 습기를 머금은 이끼, 그리고 응달이 어우러진 모습이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분수. 자연적인 수압을 이용하여 작동한다.

유가오테이(夕顔亭) 다실과 히사고이케(瓢池).

입구에서 입장권과 함께 건네준 팸플릿을 보면 이곳이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임천회유식(林泉廻遊式) 대정원의 특징을 그대로 보존한 정원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무슨 방식인지 이해가 안 가다가도, 한 10분 쯤 정원을 거닐다 보면 '아, 이런 걸 임천회유식이라고 부르는 거구나'하고 감이 옵니다.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바뀌는 경치, 구석구석 깨알같이 숨어있는 멋은 과연 일본에서도 내로라 하는 정원으로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물에 잠긴 단풍나무.

정원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데 더 이상의 언어는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후나노오친(舟之御亭)에서 잠시 거세진 비를 피하고 있다.

잠시 비가 거세져서, 마침 눈에 띈 후나노오친(舟之御亭)이라는 정자에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선객이 있는지 맞은편의 나무의자가 조금 젖어있었습니다. 느긋하게 쉬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였습니다. 

매화나무숲으로 가는 길.

빗발이 약해져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가다 보니 이곳저곳을 설명하는 안내원과 그 뒤를 따라가며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내원의 설명이 너무 빨라 알아듣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하나미바시(花見橋)에서 둘러본 광경 1

하나미바시(花見橋)에서 둘러본 광경 2

하나미바시(花見橋)를 건너 네아가리노마츠(根上の松)라는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네아가리노마츠(根上の松). 옆에 찍힌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상당히 크다.

네아가리노마츠는 직역하면 뿌리가 올라온 소나무라는 뜻인데, 실제로 보면 엄청 컸습니다.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만 보면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맨눈으로 보면 상당히 크지요.

카스미가이케(霞ヶ池) 연못과 호라이지마(蓬莱島) 섬

그 다음으로 들른 곳은 카스미가이케(霞ヶ池)라는 연못이었습니다. 상당히 넓은 연못으로 그 안에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호라이지마(蓬莱島) 섬이 있었습니다.

카스미가이케(霞ヶ池)의 파노라마 뷰. 절반밖에 못 담았다.

여기부터 갑자기 빗발이 거세져서, 할 수 없이 얼른 겐로쿠엔을 나와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빗속을 뚫고 관광을 하느라 많이 지쳤기에, 호텔에서 잠시 낮잠을 잤습니다. 낮잠이라고 말하기도 뭣하긴 하지만, 어쨋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7시가 조금 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조사해 둔 맛집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토쿄츄샤(桃郷酒家)라는 중화요리집이었습니다.

토쿄츄샤(桃郷酒家) 1층의 모습

일본에서 웬 중화요리냐고 물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중화요리라는 것이 원래 각 나라 각 지방에 들어가게 되면 그 나라의 특색과 어우러져 새로운 요리 스타일이 됩니다. 때문에 오히려 일본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에비스 생맥주. 시원하다!

맥주를 시켰습니다. 지역마다 혹은 가게마다 취급하는 생맥주 종류가 다양해서, 맥주를 마시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절망적인 짝퉁 생맥주와는 격이 다른 훌륭한 맛이 식전에 또 입맛을 돋구었습니다.

사천라면(四川ラーメン). 담백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집의 명물인 사천라면(四川ラーメン)을 제가 직접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시켜서 먹어보았습니다.

새우만두(海老ギョウザ)

새우만두(海老ギョウザ)도 시켜보았습니다. 새우가 통째로 들어있어서 감동했습니다.

새우가 통째로 들어있는 위엄돋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파두부도 시켜보았습니다. 이 집의 마파두부는 구수하면서 진한 맛이 나고 매운 맛은 거의 없었습니다. 친구가 매운 맛이 좀 부족하다고 아쉬워했지요.

마파두부

저녁을 맛나고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다시 비가 미친듯이 내리고 있더군요. 그래서 잠시 쉬었다가 호텔로 돌아와 내일 일정을 잠시 논의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일본에서의 둘째 날이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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