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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아침 일찍 호텔을 나왔습니다. 짐이 많이 무거웠기 때문에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며 이동해야 했지요. 직접 지하철과 전철을 옮겨다니며 고생을 좀 한 끝에, 교토역에 도착했습니다.

머물던 호텔 앞에서 찍은 JR 교토역의 모습.

호텔(교토 신한큐 호텔)은 JR 교토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있었는데, 교토역 앞은 일종의 버스터미널처럼 시내외를 도는 수많은 버스들이 거치는 지점이기 때문에 항상 붐비고 또 이동에도 용이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호텔은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교토에서의 첫날 오후는 낮잠으로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날씨도 흐리고, 20kg 가까이 되는 짐을 들고 오사카에서 쿄토까지 이동을 했으니 지치기도 했었거든요. 대신 저녁 즈음에는 호텔 바로 뒤에 있던 요도바시 전자상가에서 아이쇼핑을 조금 했습니다. 노트북가방과 염색약을 살 곳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좋은 곳이 떡 하니 위치하고 있어서 일단 아이쇼핑을 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그 외에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군요.

이동중에 찍은 사진 한 장. 남산타워 비스무리한 것이 바로 교토 타워.

교토에서의 두 번째 날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습니다. 사실 여행계획을 거의 안 짜고 가다시피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점심 전엔 우선 적당히 주변의 관광지 한 곳을 둘러본 후 오후에 긴카쿠지(銀閣寺)에서 난젠지(南禅寺), 그리고 키요미즈데라(清水寺)에 이르는 코스를 돌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들른 곳은 니시혼간지라는 곳인데, 교토역에서 걸어서 금방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사실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그냥 랜덤하게 찾아갔는데, 뭔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더군요.

여기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단지 일부분일 뿐!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대충

이런 불교 법요가 있었나봅니다. 온갖 종파에서 올라왔는지 제각각의 법복같은 것을 입은 스님들이 뭔가 깃발같은 표식들을 들고 사람들을 모아, 일정한 순로를 따라 돌더군요. 모인 분들 나이도 꽤나 많아보이던데, 자세한 내막은 사실 잘 몰라서 그냥 촬영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근처에서 교토 특유의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말은 도시락이지만, 딱히 휴대해서 먹는 느낌이라기보다 여러가지 반찬이 고루고루 나오는 식사에 가깝습니다.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자꾸 먹을 때에는 사진 찍는 걸 깜빡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교토에서는 먹을거리 사진이 없습니다. 아쉽지요…….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먹을거리인데 말입니다.

어쨋든 식사를 마치고 나와 향한 곳은 긴카쿠지(은각사)입니다. 교토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요, 뭐랄까, 우리나라 버스와는 좀 많이 다른 느낌 - 그리고 좀 구식 느낌 - 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맨 뒷칸에서 슬쩍 찍어본 버스 내부 모습.

예전에도 몇 번 타 보긴 했지만, 역시 일본 버스는 뒤에서 타서 후불로 요금을 낸다는 점이 우리와는 다릅니다. 버스 종류마다 요금 방식이 좀 다르기도 하고요. 또 교토에서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느낀 것이, 정말 교토는 (대로변을 제외하면) 정말 몇 집 건너 역사적 자취들이 살아있습니다. 전통식 가옥에 조그만한 신사 등등……. 버스가 지나가는 길 곳곳마다 간간히 스쳐가는 그런 풍경들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어쨋든 열심히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긴카쿠지로 향하는 길목이었습니다.

저끝에 긴카쿠지 입구가 있다!

날씨가 상당히 후텁지근한데다 점점 길이 오르막길로 바뀌면서, 걷는 동안 많이 덥더군요. 사실 위 사진의 오르막길이 나타나기 전에 갈림길이 있어서, 거기서 긴카쿠지나 철학의 길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단 긴카쿠지가 목적이기 때문에 오르막길 코스로 진입했지요.

긴카쿠지 입구.

조금 걸어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긴카쿠지 입구가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까먹은 사실이 있는데요, 제가 간 시즌이 수학여행 시즌이랑 겹쳐서 그런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정말 학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역 근처에서도 항상 학생들이 보였고, 어느 역사지를 가도 학생들이 있었고, 그것도 장소마다 교복이 제각각이었죠. 후에 보실 사진에서도 교복입은 학생들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절대 제가 교복에 희열을 느끼는 취향이라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에요…….

여기저기 보이는 교복♡ ……헛! 내 이 무슨 말을…….

입구를 통과하면 바로 이렇게 관목으로 꾸며진 길이 이어지며, 이 골목의 끝이 진짜 긴카쿠지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500엔으로, 싸진 않더군요.

저 건물이 바로 긴카쿠지를 상징하는 건물인 긴카쿠지 관음전.

좀 더 멀리 가서 찍은 사진. 긴카쿠지 외에도 코게츠다이(向月台)라는 이름의 모래더미도 보인다.

일단 입장을 하면 바로 오른쪽에 긴카쿠지의 대표적인 건물인 긴카쿠지 관음전이 보입니다. 작은 연못에 둘러쌓인 고즈넉한 건물인데, 의외로 수수하기 때문에 크게 인상깊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래로 파도를 형상화한 듯하게 꾸며놓은 정원이 더 눈길이 가더군요. 그 외에도 소소하게 볼 곳은 많아서 괜찮았습니다만, 역시 긴카쿠지는 화려한 걸 기대하고 보면 좀 실망하실지도 모르겠더군요.

저것들이 다 돈이다! 심지어 바닥에 이끼낀 것들도 대부분 돈….

그 옆에 보이는 물줄기. 대충 찍었는데도 그림이 나온다. 이걸 보며 cascade라는 단어를 떠올려봤다….

나오기 직전에 찍은 긴카쿠지 관음전의 모습. 이쪽이 더 분위기가 좋은데?

긴카쿠지를 빠져나와, 아까 올라왔던 오르막길을 이제는 내리막길삼아 내려갔습니다. 갈림길에 도달해서, 이제는 긴카쿠지 방향이 아닌 철학의 길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여기부터 철학의 길이 시작된다.

바로 근처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팔길래, 호우지차(ほうじ茶)맛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의 길은 딱히 유명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싱그러움과 교토의 고즈넉함이 함께 어우러진 조용한 산책로의 느낌으로, 옆에 작은 수로를 끼고 나무들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여름에 더욱 빛을 발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학의 길은 이런 분위기입니다.

길의 끝 부분에서, 수로 반대편의 수풀에 고양이가 한마리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일본에서는 고양이도 참새도 사람들을 그다지 피하지 않는 느낌이라, 고양이를 여기저기서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철학의 길 끄트머리에서 발견한 안내도입니다. 정말 일본 이 동네는 관광 하나만큼은 잘 해놓았다는 것이 팍팍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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